[지지대] 막말시대

이용성 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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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최고 실세 중 한 명이 취중에 내뱉은 ‘누구를 죽여라’의 막말 파문이 사회전반적으로 시끌벅적 케 했다. 가뜩이나 413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터진 이번 파문은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몰고 왔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해당 실세는 당연시 여겨왔던 20대 국회의원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야권에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한 중진 국회의원은 그동안 자신이 행한 각종 막말에 발목이 잡혀 공천까지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에서 보여온 수많은 막말 외에도 언어폭력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정치권에서 행해지는 특정인이나 집단을 향한 부당한 표현이 그나마 점잖은 편일 때도 있다.

부부, 가족간, 직장 동료, 연인, 친구사이 등 인간관계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대화 속에 비속어, 비꼬는 표현, 무시성 발언, 혐오스러운 욕설 등 도가 지나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단한 내공을 소유한 자가 아니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막말로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거친 욕설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막말은 폭력, 살인 등 끔찍한 강력사건의 주원인이 된다. 최근 모 지역에서 발생한 부자간 살인사건만 봐도 막말의 극단성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줬다. 순간적인 막말 한마디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연자를 살인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 요즘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연인간 데이트 폭력도 상당수 원인이 막말에서 비롯됐다는게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막말로 분을 참지 못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 치고 받는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직장 생활 역시 막말의 테두리속에 갇혀 있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갑을 관계 형성속에 온갖 막말이 직장내 곳곳서 이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느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막말 최소화 방안으로 자신이 듣고 싶어하고 힘이 되는 말을 주로 쓰는 언어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말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조절을 통해 막말에 대해 귀를 막고 살든지,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 묵직한 사람이 되든지 바람직한 자신만의 대책을 세워야 할 듯 싶다. 막말과 관련해 자격지심(自激之心)속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부터 말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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