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道 중소·벤처기업 기술력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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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임대료도 비싸고 공공 R&D(연구개발)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곳이다. 그래도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바이오벤처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많은 국책연구기관의 지방이전, 충청·경북권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수도권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 2월말 기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등록된 전국기업부설연구소는 총 3만5천952개이다. 이 가운데 약 65%에 해당하는 2만3천409개가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데, 대부분이 첨단 중소·벤처기업이다. 

이들이 다양한 지원혜택이 주어지는 충청도나 경상도, 전라도로 이전하지 못하는 것은 ‘고급인재 확보’와 ‘해외고객과의 접근성’ 때문이라고 한다. 첨단기업은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또는 융합기술로 장착된 창의적인 제품을 경쟁자보다 먼저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연구자와 신제품을 구매해 줄 고객이 필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도 근무지가 어디냐에 따라 ‘좋은 사람’ 뽑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하물며 중소기업은 어떠하랴? 연구 인력이 핵심경쟁력인 중소·벤처기업 CEO들이 수도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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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해외바이어들이 국내 벤처기업들을 방문하고자 하는 경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객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한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머무는 두 번째 이유이다. 정작 정부와 비수도권지역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비수도권 중심의 지역산업육성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닭이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듯이 서울·경기지역이 우리나라 첨단 중소·벤처기업들을 품고 있는데 이들을 하루빨리 부화시키려면 기존 틀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만간 화려하게 부상할 경기도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 잠재력을 깨워줄 마중물로 이들에게 연구개발, 공용연구장비시설, 기술사업화 등과 같은 관심어린 공공지원을 한다면 한미약품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연희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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