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 구(舊) 선거구별 인구를 기준 삼는다. 2년 전 권선구민들은 정미경 후보를 택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그랬다. 그 권선구민들이 수원무에 16만2천816명 들어왔다. 4년 전 영통구민들은 김진표 후보를 택했다. 2004년 17대부터 쭉 그랬다. 그 영통구민들도 수원무에 9만9천561명 포함됐다. 62%가 옛날 정 후보 동네 사람이고, 38%가 옛날 김 후보 동네 사람이다. 정 후보가 이기는 공식이다.
어디선 지역 연고(緣故)를 기준 삼는다. 정 후보는 수원 출신이 아니다. 2008년 래수(來水) 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타지(他地) 출신의 수원 입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 후보는 4살 때부터 수원서 살았다. 출신 중학교도 그 언저리다. 2004년 귀향(歸鄕)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의 이름 앞엔 언제나 ‘수원출신 최초의-’라는 형용사가 붙는다. 권선구엔 유독 수원출신이 많다. 김 후보가 이기는 공식이다.
두 공식대로면 선거는 끝난다. 그런데 그럴 것 같진 않다. 두 공식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새누리당 권선구 당원 일부가 정 후보를 반대하고 나섰다. 정 후보로선 믿었던 동네에서 얻어맞은 한방이다. 김 후보의 연고 셈법에도 ‘반란’의 조짐이 꿈틀댄다. 8도(道) 집합소 영통구의 독특한 분위기다. 지금도 영통주차장은 명절 때마다 텅 빈다. 언제든 타지역 출신 정 후보에게 손 내밀 표들이다.
그래서 두 공식은 답이 아니다. 결국, 바람직하면서도 유일한 공식이 남는다. ‘능력 대결’이다.
정 후보는 능력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인기 없는 소위지만 자청했다. 국방대학원에 다니며 전문지식도 공부했다. 군 전력(戰力) 문제, 장병 복지 문제 등을 앞장서 해결했다. 그러나 국방위에 자리 튼 그의 진짜 목적은 비행장 이전이다. 군(軍)에 파고들어가 비행장을 옮기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그만이 갖고 있는 권선구 현안에 최적화된 능력이다. 여기에 집권 여당 소속이라는 덤까지 있다.
김 후보도 능력자다. 부총리를 두 번 했다. 한국 경제를 관리했고, 한국 교육을 총괄했다. 관료 출신의 최대 무기는 인맥이다. 경제부처와 교육부처에 연결 지어진 그의 인맥이 대단하다. 특히 경제부처 내 ‘김진표 마피아’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권력이다. 그와 연 맺은 차관, 실ㆍ국장들이 중앙부처마다 수두룩하다. 비행장 이전도, 분당선 급행화도 돈이 관건이다. 그 돈의 맥을 잘 아는 이가 김 후보다.
이만하면 남 부러워할 능력자들 아닌가.
전국 유일의 무(戊). 돌아봐도 수원무 획정은 엉터리다. 유권자를 무시했고 행정을 무시했다. 그런데 그런 수원무에서 선거문화 혁신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인정(人情) 선거, 인연(因緣) 선거를 끝내고 정책(政策) 선거, 능력(能力) 선거로 갈 수 있을 거란 역(逆)을 본다. 그렇게 기대해도 좋을 소재는 던져졌다. 가장 성실하고 가장 능력 있다는 후보들이 모였다. 누가 당선되든 수원무의 선택은 당당할 듯하다.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4월 13일 그날 저녁. 기자들은 수원무로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정미경 당선’ 또는 ‘김진표 당선’을 메인 뉴스로 타전(打電)할 것이다. 그러면서 수원무는 ‘버림받은 지역구’에서 ‘부러움 받는 지역구’로 바뀔 것이다. 능력 있는 후보 중에 더 능력 있는 후보를 제대로 골라낸 모범적인 선거구가 될 것이다. 인구 26만2천377명의 선택. 수원무의 4ㆍ13 게임은 ‘누가 더 능력자인가’다.
<수원무 후보자: 정미경(새누리당)ㆍ김진표(더불어민주당)ㆍ김용석(국민의당)ㆍ김식(민중연합당)ㆍ김현우(무소속)>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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