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펀치 막힌 KCC ‘우승길’ 뚫은 오리온

에밋·하승진 봉쇄하며 2연승 고른 득점 분포로 상대 압도
내일 고양서 4차전 ‘진검승부’

▲ 2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오리온 조 잭슨이 KCC 안드레 에밋을 제치고 팁인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KBL제공
프로농구 정규리그 챔피언 전주 KCC가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격침할 수 있었던 건 안드레 에밋(34·191㎝), 하승진(31·221㎝)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다. 에밋과 하승진은 4강 PO 4경기에서 평균 49.5점을 합작했다. 인삼공사는 이들을 막기 위해 변형 지역방어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봤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만난 고양 오리온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에밋과 하승진을 막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는 지극한 사실을 말이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에밋과 하승진에게 뺏기는 점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추 감독은 에밋에겐 노련한 김동욱(35·194㎝)을, 하승진에겐 힘이 좋은 이승현(24·197㎝)을 전담 수비수로 붙였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에밋과 하승진은 각각 김동욱과 이승현의 수비에 막혀 지난 1,2차전에서 평균 19.5점, 10점을 넣는데 그쳤다. 지난 4강과 비교하자면 절반 이상으로 득점이 줄어든 것이다. 하승진과 에밋 봉쇄에 성공한 오리온은 적지에서 1승1패라는 성과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추 감독은 지난 1,2차전과 같은 시스템을 운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주 2연전에서 수비가 잘됐다. 매치업을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다”라며 “다만, 에밋에 대한 수비는 미묘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 감독의 노림수는 이번에도 통했다. 오리온은 이날 에밋(27점)과 하승진(7점)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92대70 대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2승1패. 그동안 1,2차전 결과가 1승1패일 때 3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확률은 55.6%(5/9)다. 오리온으로선 정상 등극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두 팀의 4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오리온은 1쿼터 초반 에밋에게 연속 실점하면서 기선을 제압당했다. 김동욱이 수비를 못 했다기보다 KCC가 빠르게 공격 템포를 가져가면서 에밋이 손쉽게 득점을 뽑았다. 에밋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8점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에밋 타임’은 여기까지였다. KCC 공격 템포가 느려지면서 김동욱의 수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에밋은 득점뿐 아니라 무리한 공격으로 야투 성공률까지 뚝 떨어졌다. 4쿼터에 11점을 넣었지만, 영양가는 없었다.

 

하승진은 처음부터 종료 버저가 울리는 그 순간까지 이승현에 막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승진이 득점을 하려면 골밑 근처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지만, 이승현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힘으로 하승진을 골밑 바깥으로 밀어냈다. 골밑에서 멀어진 하승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KCC가 자랑하는 원투 펀치가 모두 막히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오리온 쪽으로 기울었다. 누구 할 것 없이 출전 선수가 고른 득점 분포를 보였다. 조 잭슨이 20점, 김동욱이 3점슛 3개 포함 13점, 애런 헤인즈가 12점, 문태종이 12점을 기록했다. 장재석은 12점을 거들었으며, 이승현도 3점슛 1개 포함 9점을 넣었다.

 

특정 선수에게 득점이 쏠리지 않았다는 것은 공격이 술술 잘 풀렸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승부도 일찌감치 갈렸다. 1쿼터에 19대15로 앞선 오리온은 2쿼터 들어 문태종과 김동욱의 외곽포가 불을 뿜으면서 45대28로 전반을 마쳤다. 오리온은 3쿼터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잭슨을 포함해 7명이 득점에 가세하면서 점수 차를 더욱 벌렸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76대46이었다. 4쿼터가 무의미했다. 

고양=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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