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베이비박스 논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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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부모에 의해 길가에 버려지는 새 생명들이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가 마련한 ‘베이비박스(Baby Box)’에는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연일 남몰래 버려진 아기가 담겨있다. 한해 300여명 가까이 된다.

 

베이비박스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일정한 곳에 설치한 상자다. 서울의 베이비박스는 2009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이곳에 맡겨진 아기는 900여명에 이른다. 베이비박스는 온열 설비가 된 인큐베이터 형태로 돼있으며 아기를 놔뒀다고 알리는 벨을 달아놨다. 벽면에는 ‘출생일을 꼭 적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베이비박스는 2014년부터 군포의 한 교회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는 아기들이 많다보니 보육원이 모자랄 정도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많은 부모가 이곳에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간다. 아기를 입양 보낼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하는 등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 시행된 이후 영아 유기가 급증했다. 친모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해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기를 친부가 입양 보내지 못해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다행히 지난해 아버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까다로운 입양 제도와 미혼모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복지체계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얼마전 경기도의회가 베이비박스 운영기관과 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기도 건전한 입양문화 조성 및 베이비박스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이효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민변은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를 조장ㆍ방조하는 위법한 공간에 불과하다”며 베이비박스 지원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민변은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에 대해 법적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도의회는 간담회 등 의견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일단 보류했다.

 

베이비박스, ‘아기 보호냐, 유기 조장이냐’.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각자 의견이 다를 것이다.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베이비박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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