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안양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다소 무례를 무릅쓰고 “인삼공사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봉쇄하지 못한 안드레 에밋(전주 KC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철저하게 막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죠, 뭐. 오리온이 잘 막던데요”라며 웃었다. 10구단 가운데 가장 ‘쿨’한 사령탑다운 짧은 답변이었다.
김 감독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코치에서 사령탑이 됐다. 얼떨결에 잡은 지휘봉이었기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백지상태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건이 또 터졌다. 대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오세근과 전성현이 프로농구연맹(KBL)로부터 각각 20경기, 54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출항도 해보기 전에 온갖 풍파와 곡절을 겪은 셈이다.
“전창진 감독님이 그렇게 되시고, 국가대표로 박찬희, 이정현이 빠진 데다 오세근, 전성현까지 정지 처분을 받으니 선수단의 동요가 심했어요. 그러던 차에 시즌이 개막했고, 4연패를 당했죠.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김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현역 시절 저돌적인 돌파로 ‘터보 가드’라고 불린 김 감독이었다. 승부욕과 독기로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덕분에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인삼공사도 연승 가도를 달리며 4승5패로 1라운드를 마쳤다. 김 감독은 “강병현과 양희종이 잘 해줬다”며 “둘을 중심으로 선수들 전체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대단했고, 상승세도 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이 차례로 돌아온 인삼공사는 승승장구했다. 개막 홈 12연승을 내달리면서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또 한 번 악재가 덮쳤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으면서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로드의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결국 인삼공사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데엔 성공했지만, 시즌 중반 상승세를 생각한다면 2% 아쉬운 성적표였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 후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며 “그 일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분위기에서 시즌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삼성을 시리즈 전적 3대1로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종착지였다. 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에 시리즈 전적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연승으로 정규시즌 우승까지 꿰찬 KCC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우리는 6강을 치르고 올라온 상태라 체력적으로 부친 점이 있었다”며 “그래도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오세근 부상도 그렇고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비시즌 혹독한 훈련으로 팀을 공수 양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각오다. 이 청사진의 중심에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문성곤이 있다. 김 감독은 “성곤이가 분명 능력은 있으나, 올 시즌 프로에서 통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호되게 가르쳐 다음 시즌 전혀 다른 선수로 만들려고 한다”며 “성곤이도 이미 각오가 돼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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