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얼마전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의 바둑을 꺽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제 인간의 영역을 로봇이 대신하게 될 세상을 현실로 접하면서, 두려움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우리를 더 무섭게 만들었던 것은, 승리를 위해서 한 치의 양보나 배려도 없는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인공지능의 모습이었다. 도덕과 인간성을 알지 못하고 감정이 없는 기계들이 세상을 지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순간 느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맹자를 떠올린다. 맹자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심성을 인(仁), 의(義), 예(禮), 지(智)로 설명하고,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풀어냈다.
한편 예전 우리 농경사회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가족과도 같이 생활했던, 강제되지 않은 공동체사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고, 힘든 일은 두레와 품앗이로 서로 힘을 보태었다. 어른을 중심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고, 청년들은 어른들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한 가정의 아이는 마을 전체의 아이처럼 여겨졌고, 아이도 그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오늘날에 그러한 시골마을의 정서를 옮겨놓을 수는 없을까.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파 급하게 떠나며 두고 온 그 자리에,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남겨져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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