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하다…오리온 14시즌 만에 챔피언 '등극'

KCC 완파…시리즈 4승2패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대86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jpg
▲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대86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고양 오리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추일승(53) 감독은 담담했다.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앞두고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그랬다. 추 감독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선수들을 응시했다.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힘껏 포효하고, 6천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이 체육관을 뒤덮어도 그는 묵묵히 선수들을 지휘했다.

 

추 감독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서야 우승을 예감한 듯 주축 선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평소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유명한 추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오리온은 이날 전주 KCC를 120대8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프로농구 왕좌 자리에 올랐다. 2001-2002시즌 전신인 대구 오리온스가 우승을 차지한 지 14시즌 만이자, 2011년 연고지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들어 올린 챔피언 트로피였다. 경기도에서도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이후 4년 만에 나온 우승팀이다. 시리즈 내내 자신보다 20㎝ 이상 큰 KCC 하승진(31·221㎝)을 온몸으로 막은 이승현(24·197㎝)은 기자단 투표 87표 가운데 51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꼽혔다.

 

오리온을 우승으로 이끈 추 감독은 농구계에서 비주류로 불린다. 고교 2학년 때 키가 크다는 이유로 뒤늦게 농구를 시작한 그는 농구 명문과 거리가 먼 곳에서 성장했다. 기아산업에 입단한 뒤에도 벤치를 지키다 90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기아차 일반 사원으로 일했다.

 

지도자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2003년 부산 kt의 전신인 코리아텐더를 맡았지만, 우승 반지 한 번 껴보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2011년부터 맡은 오리온도 이전 4시즌 동안 최하위와 9위를 오가는 만년 꼴찌팀이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오리온의 체질을 바꿔갔다. 2012-2013시즌부터는 포워드를 앞세운 농구로 오리온을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추 감독은 이번 시즌에 앞서는 국내 최고령 문태종(41·199㎝)을 영입해 그동안 부족했던 경험을 보완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는 다른 구단이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호하는 상황 속에서도 소신대로 단신 가드 조 잭슨(24·180㎝)을 뽑아 우승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올 시즌 특유의 공격 농구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코리아텐더(KTF) 시절 6시즌 포함 감독 자리에 앉은 지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안은 우승의 영예였다.

 

오리온은 이날 벼랑 끝에 몰린 KCC의 거센 반격에 1쿼터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쿼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허일영(16점·3점슛 4개)이 연속 3점포를 터트리고, 김동욱(23점)이 자유투로 득점을 쌓으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승기를 잡은 오리온은 2쿼터 들어서 잭슨(26점·10어시스트)의 득점포를 앞세워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65대40. 승부는 이때 끝났다.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KCC는 강점으로 꼽혔던 리바운드에서 24대38로 압도당하면서 완패를 당했다. 안드레 에밋이 팀 내 최다인 21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엔 힘이 부쳤다.

고양=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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