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쫒기는 동동거림으로 시작하는 매일이지만 날마다 기념일로 여기니 기쁘고 즐겁다.
인생은 해석하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기념일이 누구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증후군의 홧병(?)을 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은 관계적 의미부여의 차원에서 기념일들을 계속 제조하는 것이리라.
매달 14일 마다의 이색적인 기념일들이 있다. 아마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가 그 시발점이 된 듯하다. 원래는 성 발렌티누스(발렌타인)의 축일을 기념하여 카드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서양에서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은 19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로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정착했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여성이 연인이나 친구에게 초코렛을 주는 날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론 진작 좀 나오지 하는 청춘의 아쉬움이 남는 날이기도 하다. 3월 14일은 거꾸로 쵸코렛을 받은 남성이 보답으로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 데이’이다.
1월 14일은 새 일기장을 서로 교환하여 사랑을 기록해 나가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날 가장 먼저 인사를 하면 사랑을 얻는다고 하는 ‘다이어리 데이’, ‘헬로우 데이’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4월 14일은 짝을 못 찾은 남녀들이 검은색 옷·구두·양말·액세서리 차림으로 자장면을 먹고 블랙커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블랙 데이’다. 5월 14일은 노란 옷을 입고 노란색 카레를 먹으며 싱글의 외로운 신세를 광고하는 ‘옐로 데이’다.
8월 14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숲속에서 산책을 하는 ‘그린 데이’다.
9월 14일은 함께 사진 찍고 노래방 가서 노래 가사로 사랑을 재확인하는 ‘포토 데이’, ‘뮤직 데이’이다. 10월 14일은 흠뻑 취하는 ‘와인 데이’, 11월 14일은 함께 영화를 봐야 하기에 극장과 DVD방이 만원사례인 ‘무비 데이’다.
12월14일은 한해가 가는 걸 아쉬워하며 그냥 서로 껴안아 주자는 ‘허그 데이’다.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는 소박한 행복을 불러 온다. ‘오늘은 어제 죽은 자의 그렇게 갈망하던 바로 그 내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면 행복해진다. 오늘도 많이 웃을 것이다.
정재홍 신안산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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