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은 1949년이다. 신라 문무왕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날이고,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제를 지내고 직접 농민의 밭을 일군 날과 같은 날이다. 또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라 역사ㆍ과학적인 이유로 나무 심는 날로 지정된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 산림은 황폐화가 극에 달했다. 일제의 수탈과 6ㆍ25전쟁으로 벌거벗은 상태였다. 정부는 1973년부터 20년간 치산녹화 계획을 수립하고 심혈을 기울여 목표를 5년이나 앞당겨 1987년 국토 녹화를 끝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했고,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플랜B 2.0’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작”이라고 칭찬했다.
초등학교 시절 식목일이면 야산에 나무를 심으러 갔었다. 동네에선 어른들이 사방공사(砂防工事) 간다고 삽 들고 부역을 나가 산과 제방에 나무를 심고 왔다. 관공서ㆍ회사ㆍ군부대 등에서도 ‘국민식수기간’에 나무 심는 일은 중요행사였다. 국민 모두가 열심히 나무를 심은 덕에 오늘의 푸른 숲을 갖게 됐다.
대통령들도 식목일 즈음에 나무를 심었다. 포천 국립수목원에는 역대 대통령 7명의 ‘대통령 나무’가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식목일에 14년생 은행나무를 심었다. 박 대통령은 “황폐한 산지를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광릉숲 1.5㏊에 전나무와 잣나무도 조림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0년 11월 육림의 날에 30년생 독일가문비를, 1987년에는 25년생 반송을 각각 심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식목일에 20년생 분비나무를 심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식목일에 27년생 반송 한그루를, 1997년에는 5년생 전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 식목일에 17년생 금강소나무를 심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5월에 28년 된 주목 한그루를 심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식목일에 황금색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식목일에 30년생 구상나무를 심었다.
요즘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일반인들도 나무를 많이 심는다. 집과 생활주변에 유실수나 조경수를 주로 심는데 직접 심고 가꾸는 즐거움이 크단다. 올해는 행복한 소망을 담아 내 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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