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 인터뷰
프로농구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오는 8일부터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추 감독은 “친척이 결혼을 한다고 해 식구들과 겸사겸사 간다.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여느 봄과 다른 일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비시즌이면 외국인 선수 선발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곤 했던 그였다.
추 감독은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도 있고, 군대를 가야 할 선수도 있고 해서 면담을 해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2년 상무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주 KCC를 4승2패로 꺾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감독 데뷔 14년 만에 맛본 챔프전 우승이었지만, 여운은 가시고 없는 듯 보였다. 지난 1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추 감독의 시선은 벌써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었다.
-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선수들 휴가라든가 일정관리로 스태프들과 의논도 하고요. 우승을 하니 할 일만 늘었네요.”
- 5년 전 오리온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가 생각났을 것 같아요.
“당시 축하보다는 우려나 만류가 많았죠. 저 역시 구단 이미지가 ‘만년 꼴찌’라는 걸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과 권한만 주어진다면 못 바꿀 조직은 없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단에도 ‘4년만 지켜봐 달라. 반드시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말했죠. 대신 간섭하지 말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웃음)”
추 감독이 부임하기 전 오리온은 9~10위를 오가는 리그 최약체 팀이었다. 하지만 추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180도 달라졌다. ‘두 팀을 꾸려도 될 정도’라는 다른 팀들의 시기를 받을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최근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올 시즌에는 우승의 열매까지 맺었다.
- 약속대로 4시즌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선수들이 잘해줬죠. 이승현, 허일영 등 기량이 우수한 젊은 선수들과 애런 헤인즈, 문태종 같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고요. 다 좋은 선수들을 만난 덕분입니다.”
추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홍대부고와 홍익대를 나와 실업 기아산업에 입단했지만, 김유택·한기범 같은 동료 스타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만 지키다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기아차 노무관리팀에 들어가 노조원을 상대했다. 1997년 상무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런 탓에 항상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 챔프전 우승 직후 “연세대나 고려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라며 “그런 면에서 내가 주류”라고 외쳐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남들은 주접을 떤다고 흉을 볼 수 있겠으나, 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요. 그동안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지도자 생활하면서 연줄이 없는 탓에 누구에게 배워본 적도 없었죠.
책, 비디오를 통해 스스로 익히는 방법뿐이었어요. 스포츠만큼은 실력으로 좌지우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지 않았나 싶어요.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지만, 결국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정론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 거죠.”
- 이제 지켜야 하는 입장인데, 현재 문태종은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조 잭슨은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면담을 해보려고 하는데 문태종은 최소 1,2년은 더 뛸 수 있는 정신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조 잭슨도 미국으로 가 만나보려고 하는데 한국 농구에 잘 적응한 만큼 우리 팀에 머물면서 조금 더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입니다. 본인이 NBA에 도전하겠다면 놔줘야겠지만요.(웃음)”
- 다음 시즌 구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문태종과 조 잭슨의 거취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오리온의 중심은 역시 이승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해요.”
- 이승현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적으로 KBL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로 양동근을 꼽아요. 정신·체력적으로 잘 만들어진 선수고, 귀감이 될 만한 선수죠. 그다음으로 전 이승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정신이 올바르고, 체력적으로도 훌륭하죠. 또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거라 봅니다.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이죠.”
- 다음 시즌에도 특유의 ‘포워드 농구’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우리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이승현,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건 코트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포워드 농구’가 우리 콘셉트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번 비시즌에는 이승현의 돌파 능력을 키우려고 해요. 승현이 개인적으로도, 우리 팀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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