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를 만들어 놓고, 허가를 내주지 않아 농사도 짓지 못하고 피해가 막심합니다. 관할당국에선 허가없이 그냥 불법을 자행하라는데, 단속에 걸릴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구리시 갈매동에 거주하는 농민 A씨(55)는 요즘 고민이 깊다. 4천628㎡의 밭을 소유하고도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07년과 2009년, 당시 경춘선 지하철을 조성하려는 철도시설관리공단 측에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땅 두 필지(810㎡, 27㎡)를 매각했다. A씨 토지 주변에는 철도와 배수로 등 철도시설물이 들어섰고, 남은 A씨 땅은 맹지로 고립됐다.
최근들어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던 A씨는 농사를 위해 자신의 토지에 온실 종묘배양장을 건축하려 했다. 하지만, 구리시로부터 ‘진입하는 도로가 없는 맹지이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 건축물을 지으려면 인근 도로의 소유주인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땅 주변에는 3m 폭의 철도청 부지 도로가 있지만, 이 도로와 불과 1m 떨어진 A씨 토지 사이가 구거부지로 연결도로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A씨는 공단 측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도로와 토지 사이 구간에 대한 점용허가를 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국유재산관리법에 근거해 개인 용도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불허가 답변만 돌아왔다.
공단과 시 사이에서 관련법을 근거로 불허가 통보를 내리면서 A씨는 유일한 생계수단이 끊긴 것이다.
A씨는 “당시 지역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토지를 헐값에 매각했는데도, 공단이 맹지로 만들어 놓고 규제를 근거로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해 답답하다”면서 “인근에 철도가 있고 먼지, 공해 때문에 하우스가 불가피한데 이마저도 못하는데다, 사지가 된 땅을 매각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공단 직원이 현장에 나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무단으로 사용하라’고 했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공단 관계자는 “구거나 도로는 도시계획 시설로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인 만큼, 관련법에 의해 다수가 아닌 한 개인에게 허가를 내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소유주에게 토지를 재매각 하는 방법 등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다시 현장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구리=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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