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진가의 윤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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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사진작가’ 장국현씨가 최근 또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달 중 ‘천하걸작 한국영송 장국현 사진전’을 열 계획이었는데 예술의전당 측이 대관을 취소키로 해 대관신청을 한 잡지사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측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전시를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전시장 대관 승인은 장씨의 불법 벌목이 논란이 되기 전인 2014년 7월3일 이뤄진 것이어서 문제를 뒤늦게 파악하고 대관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송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장씨는 2011~2013년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의 산림보호구역에서 수령 220년 된 금강송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목한 혐의로 2014년 7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대왕(금강)송 사진을 찍기위해 인부를 고용해 주변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냈다. 이 대왕송 사진은 한 장에 400만~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씨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한국사진작가협회는 그를 제명했다. 2년여만에 장씨가 다시 전시를 하려 하자 사진계와 일반인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장씨가 ‘속죄 기회를 갖기 위해 전시를 하고 수익이 나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는데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을 하지 않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사진가의 욕심이 소중한 자연을 훼손했고 자신을 망쳤다. 사진 찍는 사람들로 인해 자연과 생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동강 주변 절벽 틈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이 수난을 겪는다. 일부 촬영객은 깨끗한 사진을 찍는다며 묵은 잎과 줄기를 떼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연출하려고 생수나 워셔액을 뿌리기도 하고, 벌을 부르려고 꿀을 바르기도 한다. 이에 주민들이 군락지 감시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엔 안산시 대부도 간척지 바위 절벽 중턱의 수리부엉이 둥지가 훼손된 채 훤히 드러난 모습이 공개됐다. 멸종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찍는다며 사진가들이 둥지 주변의 나무와 덩굴 등 은폐물을 모두 없앤 것이다. 둥지 훼손으로 새끼들은 천적에 고스란히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됐다.

 

아름다운 생태 사진을 촬영한다며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망치는 몰상식한 사람들은 사진 찍을 자격이 없다. 카메라를 들기 전 사진가의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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