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거품 계란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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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아이의 한때 꿈은 계란 장수였다. 퇴근해 딸아이가 외치는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를 듣는 날이면 식탁 위에 삶은 계란이 수북했다. 손주를 돌보느라 장보기가 어려운 할머니에게 골목 깊숙이까지 찾아온 부식차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특히 손주들에게 삶은 계란만큼 싸고 좋은 간식이 없었던 거다. 밤새 계란 사라고 외쳐대는 딸 때문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리며 고민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냉장고 팔아요. 고장 난 시계 팔아요”로 레퍼토리가 바뀐 딸을 보며 안도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계란을 이용한 반찬이다. 영양가도 높지만 만들기가 쉬워서다. 삶은 계란은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당근과 피망을 잘게 썰어 넣고 부치다가 김을 깔고 말면 계란 김말이가 완성된다. 흰자와 노른자를 갈라 부친 다음 채 썰거나 골패 쪽 모양으로 썰어서 국수나 만둣국 고명으로 쓰면 한결 멋스럽다. 냉면에서 빠지지 않는 삶은 계란은 반으로 자른 게 기본인데 요사이 3등분 한 것이 나올 때면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뜻으로 이해는 하지만 맘은 상한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식탁 위에 오르는 반찬을 물어본 결과 배추김치가 첫 번째였고 이어 김, 계란, 멸치볶음 순이었다.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완전식품으로 통한다. 계란찜은 소화가 잘되고 요리가 간편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인기다. 특히 두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험생에게 더없이 좋다고 한다. 

▶계란이 과잉 생산되면서 산지가격이 뚝 떨어졌다. 대규모로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가 늘어난데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급증해서다. 지난 2월 특란 10개 기준 달걀 산지가격은 93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하락했다. 산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져 계란 생산농가는 죽을 맛인데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다. 유통 마진율이 지난해 9월 34.9%(686원)에서 올해 2월 48.5%(885원)로 13.6%p나 올랐기 때문이다. 유통이윤을 적정화하면 소비자 가격은 내려간다. 그래야, 올여름 냉면을 먹으면서 맘 상할 일도 없어진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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