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운전을 하다 보면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자신을 홍보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거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저분이 그렇게 겸손하고 시민을 생각했던 분인가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사 방문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지지와 응원을 호소하던 후보자들이 금뺏지를 달고 나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거만을 떠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언론사에서 이 정도 하시는 분들이 일반 시민들에겐 어찌할지.
지난달 3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투표일인 오는 13일 이전까지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이들이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기간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는다. 당선이 되고 나면 4년 임기 내내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특권 의식을 가지고 돌아다닐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들 후보자는 “자 2~3주만 잘 참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을 너무 폄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하는 행태를 보면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래도 뽑아야 하는 것일까.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처음 투표해 여섯번째 총선이다. 모두 투표는 했지만 참 잘 뽑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성공률 0%, 내 손이 저주의 손인 것인가. 이번 선거도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확률 0%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이 너무 싫다.
지금 시민들에게 숙여진 저들의 머리가 국회에 입성해서도 낮은 곳을 향하길 기대한다. 낮은 곳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가의 발전, 국민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머리가 쓰이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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