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그레이 보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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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 4천205만3천278명의 20대 총선 선거인명부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총 인구수 5천162만3천293명의 81.5%에 해당하며,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189만5천343명(4.7%)이 늘어난 수치다.

재외국민을 제외한 국내 선거인명부 기준,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983만7천466명(23.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40대(21%)와 50대(19.9%) 순이었다. 반면 20대 유권자는 16%에 불과했다. 19세 유권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의 17.6%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60대 이상이 최대 유권자층을 형성하면서 ‘그레이 보터(Gray Voter)’의 표심이 4ㆍ13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을 차지하면서 이번 선거는 노년층이 주도하는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노년 유권자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여기에 60대 이상은 역대 선거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실버공약으로 노년층 표심 잡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노인 기초연금을 일률 확대하기보다는 노후대책 없는 하위 50% 계층에 월 4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선별적 복지’를 약속했다. 노인복지청 신설, 노인 의료비 정액제 인상, 어르신 일자리 4년간 78만7천개 창출 등도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10만∼20만원 차등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 30만원 균등 지급’으로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불효자방지법’을 통해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부모에게 학대행위를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증여를 해제하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하위소득 70%에 해당하면 기초연금 2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인 일자리 수당 2배 인상도 공언했다.

 

그러나 여야의 실버 공약은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재원조달 방식이 모호하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3당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4년간 2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표를 얻겠다고 공수표만 날리면 그레이 보터들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그레이 보터는 여당에 유리하지도, 야당에 불리하지도 않다. 보수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변수는 많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긴 쉽지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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