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정도의 생소한 나무 한 그루
‘ㄱ’자로 꺾여 있었다
아빠를 따라 나선 개구쟁이가 꺾었을까
장난이, 운명이 되어버린
꼽추는 살아갈 세월만큼이나
두려워 떨고 있었다
어찌 할거나, 어찌 할거나
구부러진 한평생을 어찌 살아낼거나
내 삶만 같아, 내 아픔만 같아
꼽추의 생은 어찌 할거나
기억의 흙벽 위에
아린 만큼의 깊이로 새겨진 채로
아주 작은 시간 하나가 지나가고
다시 찾은 겨울산
등 굽은 기억 하나 가로막고 서서
여기 근처라 한다
여기라, 여기 근처라고?
어디였더라?
아, 저기로구나
이토록 그의 상처가 가벼웠을까
기억에서 한참 떠난 자리에
꼽추는 말을 잃은 채
굽은 등으로
눈을 받아 내고 있었다
*덜꿩나무 : 해발 1천200m 이하에 서식하는 인동과 식물
공광복
전남 화순 출생. 전남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 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 석사. <수원문학>(시조) <한국시학>(시)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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