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난리다. 벚꽃이 절정을 이뤘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도 활짝 피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꽃이다. 그런데 봄꽃을 시샘이라도 하듯 지난 주말 황사와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했다.
남부지방은 중국발 황사로, 중부지방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전국의 하늘이 종일 어두컴컴할 정도였다. 사흘 연속 계속된 미세먼지는 꽃놀이 나선 국민들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건강을 위협했다.
미세먼지는 흔히 ‘보이지 않는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성분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검댕(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 몸은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천식ㆍ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ㆍ피부ㆍ안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는 뇌에 혈전을 생성해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 폐에 들어가서는 염증을 일으킨다. 심장에는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하고 부정맥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PM2.5)는 더욱 위험하다.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아서 호흡기로 걸러내지 못하고 혈관을 통해 온몸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임신부의 자궁에도 침투해 태아의 성장이나 뇌 신경 발달까지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호흡기가 약한 노인, 어린이, 임산부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도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야외 활동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중국 산업지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3년 환경부는 대기오염 물질 중 30~50%는 국외에서 유입됐다고 발표해 나머지 50~70%는 국내에서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때문에 중국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찾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의 대응은 마스크 쓰기, 실외활동 자제 등 한가하기만 하다.
그마저도 미세먼지 예보를 소홀히 하거나 오보를 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있다. 지난 주말에도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황사 농도가 높고,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는데 기상당국의 엉터리 예보와 뒷북 중계로 상춘객들은 황사ㆍ미세먼지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국민 건강을 우습게 여기는 기상청, 환경부는 각성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