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카운터에서 햄버거 주문을 한다. 부저소리와 함께 메뉴가 그릴에 있는 전광판에 뜬다. 3~5초 안에 주문한 햄버거 빵을 찾아 빵 굽는 기계에 넣는다. 그 사이 빵 안에 넣을 고기 패티를 튀겨내고 토마토 등의 재료를 준비한다. 이렇게 해서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최대 45초. 맥도날드 한국지사의 풍경이다.
햄버거를 만드는 맥도날드 그릴에선 초 단위 전쟁을 한다. ‘45초 햄버거’ 정책 때문이다. 매장에서 주문하면 주방에서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 고객이 1분20초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침에 아르바이트생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초 단위 시스템 속에 햄버거를 만들다 보니 뜨거운 기름이나 패티에 손을 데곤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매니저는 ‘초 관리하라’고 재촉한다. 노동강도는 높지만 지급되는 안전장비는 비닐장갑뿐이다.
맥도날드는 ‘17분30초 배달제’도 실시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와 제품이 배달직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7분30초 안에 완료해야 하고, 이동시간 10분을 포함해 고객에게 17분30초 안에 배달을 마쳐야 하는 시스템이다. 10분 안에 배달하려다 보니 교통법규를 어기고 무리하게 주행하다 다치는 배달원도 있다. 산재 처리는 어렵다. 신호위반 과태료는 배달직원이 내야 한다.
과도한 속도경쟁 때문에 산재 위험에 노출된 알바 노동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0~2014년 음식점 배달알바 중 2천607명이 교통사고로 산재피해를 입었고 이중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에는 10대 알바가 ‘30분내 배달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호위반과 과속을 반복하다 시내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30분 피자 배달제’가 폐지됐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속도경쟁을 늦추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알바노조가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4월 13일)을 앞두고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45초 햄버거 폐지, 17분30초 배달제 폐지, 산재 예방을 위한 목장갑ㆍ토시 지급 등 10개 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 측은 45초 햄버거가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초 단위 공정 관리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초조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알바생들의 숨통을 조이는 ‘45초 햄버거’, 사먹지 않는다면 개선이 될까?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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