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류 현대미술을 위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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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루타뉴 지방의 반느시에 있는 케르케닉(kerguhennec) 미술관에서는 지난 달 6일부터 한국현대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6월 5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이 소장한 단색화 작품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어 경기도의 존재와 경기도미술관의 역량을 프랑스에 과시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파리도 아니고 파리에서 남서부로 800km나 떨어진 곳에 단색화전이 초대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프랑스의 지방도시까지 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색화’는 글자 그대로 단순한 색조로 그려진 1970년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회화작품들을 지칭한다.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러한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이는 백색, 회색, 검정 등 단일한 색조로 제작된 추상회화로서 예전엔 서구의 미니멀아트와 유사하다하여 ‘한국적 미니멀’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것을 한 미술평론가가 화면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서양의 미니멀과는 달리 동양적 정신성이 강한 특질을 규명하며 독자적인 고유명사인 ‘단색화(Dansaekhwa)’로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단색화는 최근 높은 국제적 지명도를 가진 한국현대미술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홍콩 등의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한류가 유행할 때, 국내에선 그 사실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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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KM9346’전시 참관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현지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파리의 유명화랑에서도 단색화 관련 전시들이 열리고 있고 현지 미술계에선 ‘단색화’를 모르면 미술계의 흐름에 어두운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상업화랑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일시적이고 작위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미술에 있어서의 한류적 단초가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그간 한류는 대중예술과 생활문화가 주된 것이었지만 단색화는 순수미술 영역에서 새롭게 일고 있는 현상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류의 성취는 탄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도의 상품화 전략과 투자가 주효했던 것이다. 

단색화로부터 일고 있는 현대미술 한류 역시 이러한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이 10년전 탁월한 안목으로 구입했던 단색화 걸작들의 성취에서 보듯, 미술관소장품의 지속 확충과 연구를 위한 적극적 투자가 절실하다.

 

김찬동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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