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단체여행객들이 인천에서 ‘치맥’ 파티를 벌였다. 무려 6천여 명의 중국인이 한자리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에 치맥 먹으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니 이제 치맥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치맥은 야구장에서 특히 인기다. 야구장 가는 이유가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인지, 치맥을 먹으러 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야구와 치맥은 뗄 수 없는 짝꿍인 것이다. 야구팬들은 ‘야구가 곧 치맥이요, 치맥이 곧 야구다’라거나 ‘야구와 치맥의 영혼은 하나다’라고 한다.
야구장에서 즐기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만큼 매력적인 것도 드물다. 타구의 굉음과 관중의 함성, 여기에 경기장의 열기를 식혀주는 맥주 한 잔은 가히 환상적이다. ‘맥주는 야구를 부르고, 야구는 맥주를 부른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생맥주 이동판매원, 일명 ‘맥주보이’의 역할이 크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않는 대로, 안타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관중들은 “여기요”를 외치며 맥주보이가 쏴 주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세상 모든 시름을 잊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야구장의 명물인 맥주보이를 볼 수 없다.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키로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KBO도 맥주보이가 활동하는 수원, 잠실,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이런 방침을 전했다.
국세청과 식약처는 맥주보이가 주류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논리는 청소년 보호다. 주류를 판매할 때 청소년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동식 판매원의 경우 나이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선 매점 임대료와 무관한 맥주보이의 활동 제한에 반대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관중들은 불편해졌다. 이제 맥주 한 잔을 먹으려면 관중석을 빠져나가 구장 내 매점이나 편의점까지 이동해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맥주보이가 야구장 문화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야구장에서 맥주와 함께 핫도그를, 일본에서도 맥주와 도시락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야구장 전체를 특례 지구로 지정해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는 건 어떨까. 맥주보이가 없어지면 야구장 갈 맛 안나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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