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칠보 체육관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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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때문에 힘들다.” 프로농구 부산 KT 임종택 단장의 말이다. 프로농구는 겨울철 스포츠다. 체육관을 달궈야 경기가 열리고 관중이 온다. 수천~1만4천석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을 달구는 난방 작업이 만만치 않다.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임 단장의 부산 KT도 한 경기당 1천797만원을 체육관 사용료로 낸다(2014년 시즌 기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부산시는 “난방비가 많이 나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한다. 임 단장의 난방비 고충을 이해할 만하다. ▶몇 해 전 임 단장의 부산 KT의 이전설이 있었다. 임 단장은 펄쩍 뛰었지만, 소문은 파다했다. 부산일보는 ‘수원이 지역 연고 농구단을 입질하고 있다’고 썼다. 거기서도 난방비 문제가 거론됐다. -서울 잠실 체육관은 1만4천석이다. 하지만, 난방 공사를 잘해서 사용료가 900만원대에 불과하다. 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 부산시가 농구단을 떠나보낼 수 있다-. KT 농구단 이전설에 덧붙인 기사의 속 뜻은 체육관 개선이었다. ▶18일 전주 KCC 농구단의 수원 이전설이 나왔다. 새로울 것도 없다. 두어 달 전에도 나왔던 얘기다. ‘수원시가 연고지 이전과 관련된 오퍼를 넣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소문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그랬던 KCC 이전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수원시의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KCC가 검토한다’거나 ‘스포츠 메카로 만들려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뜻이다’라는 설명들이 붙는다. 말대로 풀면 수원이 이전을 요구한 것이고, KCC는 마지못해 검토하는 것인데. 수원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먼저 요구한 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원에는 올 2월 준공한 칠보 체육관이 있다. 388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1만8천여㎡ 크기에 4천400석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 디자인이다. 플로어와 관중석이 가깝다. 미 프로농구에서나 보던 ‘관중석으로 날아드는 선수’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천장 중앙부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 현대식 시설로 난방비를 낮췄다. 결국, 전주 KCC의 수원 이전설엔 ‘낡은 전주 체육관 난방비’와 ‘최첨단 칠보 체육관 난방비’가 있다. ▶칠보 체육관은 낙후된 서수원권을 위해 세워졌다. 비행장 소음에 시달리는 서수원권 주민을 위한 투자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육관이 서수원을 ‘꿈의 농구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어쩌면 스포츠로 먹고사는 서수원이 될지도 모른다. 수원시 관계자는 18일 “먼저 오라고 하지 않겠다. 대신 온다는 팀을 마다하진 않겠다”고 했다. 언젠가, 어느 팀이든 올 것이라 확신하는 모양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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