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GDP와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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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이 연쇄도산한 데다 철도운송량과 철강생산량마저 급감하면서 대량 실직이 발생했으나 경제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종합적 경제지표가 없어 대응책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1901~1985)였다.

 

쿠즈네츠는 ‘한 나라에서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라는 국내총생산(GDP)과 국민계정 체계를 확립한 공로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GDP와 국민계정 체계는 2차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면서 경제성장 측정과 계획수립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GDP는 시장가치로 환원되기 어려운 국민들의 행복감, 좋은 환경, 공동체의 상호부조 등의 질적 지표나 불법적 지하경제를 포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투자를 비롯한 숱한 물적 자본형성을 담아내는 유용한 지표로 발전해 왔다. 특히 GDP는 경제와 사회 각 부문의 풍부한 데이터와 통계처리기법의 획기적 발달에 힘입어 미래의 경제성장 전망 지표로 발전되면서 중장기 정책수립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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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MF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금년 GDP성장률이 지난해 10월 IMF전망(3.2%)보다 낮아진 2.7%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2014년(3.3%)을 제외하고는 2%대의 성장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한국과 경제력이 비슷한 국가들에 대한 IMF의 금년 성장전망 역시 이탈리아 1.0%, 러시아 -1.8%, 브라질 -3.8% 등으로 낮은 점에서도 많은 국가에서의 경제적 어려움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비록 2%대 성장에 머물게 될지라도 우리가 그동안 이룬 성장의 결실이 경제주체들에게 고르게 확산되어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80여년전 GDP개념을 제시하여 미국의 대공황 극복에 일조했던 쿠즈네츠도 하늘에서나마 자신의 의미있는 기여에 흐뭇해 할 것이다.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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