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나,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에서 손자는 전쟁이 나라 존망의 길이니 꼼꼼이 살펴야 함을 지적하면서, 살펴야 할 대상을 오사(五事)로 정의하고, 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칠계(七計)를 주장하였다. 오사는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의미한다.
도(道)는 대의명분을 뜻함과 아울러, 국가와 구성원이 하나됨을 표현한다. 천(天)은 계절의 조건, 전쟁의 시기 등을, 지(地)는 지리적 여건을, 장(將)은 장수의 지혜, 용기, 위엄을 뜻한다. 법(法)은 그 나라 군의 편성, 직제, 복무 등과 군수물자, 병기 등을 의미한다.
이를 선거에 비유한다면, 선거와 출마에 대의명분과 출정의 의도는 분명하고 순수했는지, 시대적 흐름과 지역적 정서, 그리고 유권자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그리고 선거에 대응하여 편제와 조직은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지를 판단해 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다음과 같이 훈수한다. 勢者 因利而制權也(세자 인리이제권야)
(형)세라는 것은, (상황을) 이용함으로 인하여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즉 오사와 칠계 외에도,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손자의 말을 들어보면, 선거에 실패한 사람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선거에 승리한 사람들은 어떤 점이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거가 전쟁과 다른 점은,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일 것이다. 경우야 어찌되었건, 이번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부디 민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재진 변호사·법무법인 정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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