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반려식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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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옹’을 본 많은 사람들이 레옹의 화분을 기억한다. 킬러 레옹은 한 손에는 총을, 다른 한 손에는 화분을 들고 다녔다. 화분은 레옹을 닮았다. 뿌리도 없고 말도 없다. 레옹은 아침이면 창을 열고 화분을 햇볕에 내놓았다가, 밤이 되면 다시 집안으로 들여놓으며 애지중지 했다. 이 화분은 그의 말대로 제일 친한 친구였고, 보고 있으면 행복했다. 바로 ‘반려식물’이었던 것이다. 레옹이 죽자 마틸다는 그의 분신인 화분 속 식물을 땅에 심어 뿌리 내리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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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이 개나 고양이같은 반려동물처럼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는 힐링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예전에도 다양한 식물을 키우며 심신을 정화하거나 여가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기존 식물과 차별화 된 새로운 개념의 반려식물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엔 대학로의 한 갤러리에서 ‘반려식물 전시회’까지 열렸다. 전시에선 가방에 넣을 수도, 품에 안을 수도 있는 신개념 상품인 ‘이끼볼 컬렉션’이 관심을 끌었다. 흙을 동그랗게 뭉치고 그 위를 조경용 이끼인 수태로 감싸 이물질이 묻어나지 않도록 해 편하게 갖고 다닐 수도 있도록 한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식물을 좋아하지만 관리가 어려워 기르기 꺼리는 점과 환경적인 문제를 고려해 제작했다. 제습 효과에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전자파를 차단하는 등 다양한 기능까지 담은 이끼볼 컬렉션은 인테리어 소품과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인도어 가드닝(Indoor Gardening)’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식물을 단순한 관상용 차원을 넘어 집안 공기를 정화하거나 요리에 넣는 재료로 활용하며 반려식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면서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다육식물, 공기정화식물 등 원예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상승했다. 유리병 속에 식물을 재배하는 테라리움(terrarium), 천장에 매달 수 있는 행잉 팟(hanging pot) 등 인테리어까지 겸하는 상품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은 식물이 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위로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친구처럼 대화도 하다보면 심리적ㆍ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식물을 키우고, 식물은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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