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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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이 시대에 브르디외(Bourdieu)는 돈만으로 말해 질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다. 문화자본은 문화적 취향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지식, 소양, 매너, 예술, 교육 등 개인이 갖고 있는 문화적 요소들 중에서 화폐가치로 따지기 쉽지 않은 것들을 지칭한다.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음악, 영화, 문학, 스포츠 등의 관심과 행위 등 문화적 가치를 자본화하면 바로 개인의 문화자본이 된다. 

문화자본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인격과행동,태도,가치관 등이다. 문화자본은 물질자본과달리눈에 보이지않으면서도 알게 모르게드러난다. 물질자본은과장할 수 있지만 문화자본은꾸미거나과장할 수없다.

단지보이지않을 뿐자연스럽게드러난다. 물론 문화자본도 돈이 있어야 획득된다.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연스럽게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에 다님으로써 얻게 되는 문화적으로 고상한 취향은 어느 정도 사는 집이 아니라면 꿈꾸기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부모가 화집을 보여주거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에 귀를 기울이거나 책을 가까이 할 경우 자녀는 저도 모르게 그런 문화적 환경을 유산처럼 물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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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문화자본을 형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필자가 강의하는 과목 중에 ‘문화예술교육론’이 있다. 문화와 예술이 일상에서 어떻게 체험되어야 하고 교육현장에서는 어떻게 교육되어야 하는지를 모색해보는 학문이다. 

이 과목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강의 준비에 많은 품을 들여야 하지만 학생들의 피드백에서 보람을 느낀다. “예술은 특정한 사람들만 즐기는 줄 알았다”, “말로만 듣던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등. 문화자본은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관심과 노력 그리고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이 가능하다.

 

더불어 봄꽃에 마음을 빼앗길 여유,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대지의 소리를 들을 귀, 가만 손을 잡아 가슴이 시키는 말을 할 줄 아는 시간을 갖는 것도 문화자본이 풍성한 사람 못지않은 품격을 지닌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마음은 내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게 하는 문화자본인 셈이다.

 

이주연 국제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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