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마법사다. 정리정돈 전문가로 이름 난 ‘정리 컨설턴트’다. 2011년 일본에서 100만부를 돌파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한 권의 책으로 세계적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를 만큼 혁신적인 정리법으로 주목받았다. 곤도(Kondo)라는 말이 ‘정리하다’를 뜻하는 영어 신조어가 될 정도다.
곤도는 버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조언한다. 주변을 정리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게되고 일의 효율성과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에서 거세게 불고있는 ‘물건없는 삶’, ‘물건 다이어트’ 열풍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많은 소유물들이 재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일상이 흔들리는 재난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집안 가득 쌓인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며 심플한 생활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 열기가 뜨겁다.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표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기다. 이는 물건을 치우는 정리 차원을 넘어 삶 전체를 리디자인하는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저성장시대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줄어드는 수입에 맞춰 살림을 알뜰하고 간소하게 경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정리의 기술, 심플라이프와 관련된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기간 대비 13배나 증가했다. 10명의 일본 대표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를 비롯해 지난해 20만부가 팔린 ‘하루 15분 정리의 힘’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심플하게 산다’ 등이 큰 인기다. 물건 정리와 함께 마음ㆍ생각의 정리 관련 도서도 인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 ‘과잉 근심’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등 정서적 미니멀라이프 도서도 증가 추세다.
미니멀라이프의 목표는 인생의 여유찾기다. 버리기, 비우기, 정리 정돈은 내적 만족감과 행복을 선사한다.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버릴까 말까 고민된다면 버리는게 정답이다. 언젠가 쓰겠지 하는 물건도 마찬가지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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