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박태환 이중징계 논란

8년전인 2008년 8월 10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는 한국 체육사에 길이 빛날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새역사의 주인공은 약관(弱冠)의 대학생 박태환으로,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역사의 현장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내외와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자리했을 만큼 이 종목은 그동안 미국과 호주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세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아시아 선수가 우승물살을 가른 것이다. 

▶한국 수영의 44년 올림픽 출전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낸 박태환은 4년전인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4년 뒤 박태환은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가 떠나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자유형 400m에서 당당히 우승했다. 

▶‘마린 보이’란 애칭과 함께 한국 수영의 대명사가 된 박태환은 안타깝게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뒤 금지약물(도핑) 검사 양성반응 때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지난 3월 징계에서 해제됐다. FINA의 징계가 종료됐지만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인 ‘약물 양성반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기 전에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에 발목이 잡혀 오는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박태환은 지난 4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18개월 공백을 딛고 자유형 4개 종목을 차례로 석권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일부 종목서는 올 시즌 세계 상위권 성적을 기록해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입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박태환은 단호한 입장의 대한체육회 방침에 따라 리우 올림픽 출전길이 막혀있다. 이에 국민들은 국내 규정으로 인한 이중처벌로 올림픽 출전길이 막힌 박태환에 대한 관용이 베풀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9%로 반대 의견 21.7%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정ㆍ재계 등 사회 각 계층에서도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위를 선양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 박태환의 활약상과 약물 투여가 자의가 아닌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이뤄진 점, 이중처벌 규정을 개선한 국제 사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고려한다면 대한체육회가 이제는 유연성을 가지고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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