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다. 어린이·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자살 충동을 3회 이상 경험한 경우도 5%를 넘었다. 구김살 없이 마냥 웃고 행복해야 할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불행한 사회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최근 잇달아 터진 끔찍한 아동 학대와 폭행, 자식 살해 등은 어른들의 고개를 못들게 한다. 아동학대 사례는 2014년 1만 건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증가세다. 최근 4년간 77%나 늘었다.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의 81.8%를 차지한다는 놀라운 통계다. 실종 아동도 3만6천명(2015년)에 이르며, 아동급식 대상자 또한 아직도 40여만명(2014년)에 가깝다.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빈곤 아동이 최대 68만명(2011년 기준)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의 권리와 어른들의 책임을 규정한 ‘아동권리헌장’을 선포했다. 우리나라가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25년 만이다. 1957년 동화작가 마해송과 방기환 등 7명이 만들고 1988년 정부가 전면 개정한 ‘어린이헌장’이 있긴 하지만 추상적인 내용으로 기술돼 있어 어른과 아동 모두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11조)는 조항처럼 막연한 내용이 많다.
이번에 제정된 아동권리헌장은 ‘아동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위기에 주목해 ‘보호받고, 놀고, 학대당하지 않으며, 교육받을 권리’ 등을 9개 항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아동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며,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기초해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아동의 입장에서 기술한 사실상의 첫 아동권리헌장이어서 의미가 크다.
아동권리헌장 선포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학교·가정·사회에서 두루 적용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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