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ど-かた)란 일본어가 있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뜻이다. 우리가 쓰는 노가다는 조금 다르다. 공사 현장의 막일꾼을 이른다. 여기서 막일꾼이란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자’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의 노가다는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한화이글스 야구에서 노가다 야구를 본다. 불펜 투수 송창식이 10경기(16.2이닝)에서 353개의 공을 던졌다. 박정진도 10경기(10.2이닝)에서 220개를 던졌다(이상 4월 말 현재 기준).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권혁이 2천97개, 박정진이 1천644개의 공을 던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중에는 저스틴 데 프라투스(1천445개)가 가장 많이 던졌다. 한마디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던지는’ 한화불펜이다. ▶선수가 지쳤는데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상위 20위까지의 투수 중에 한화는 한 명도 없다. 타격 20걸에도 로사이오(11위)가 유일하다. 선수단 전체가 집중력을 잃었다. 최고의 야수라던 정근우는 공을 놓치고 허둥댔다. ‘연봉 16억의 사나이’ 김태균은 패대기 송구로 망신을 당했다. 팀 성적은 꼴찌다. 1년 전 돌풍의 팀에서 1년 만에 몰락의 팀이 됐다. ▶김성근 야구가 보여온 패턴이다. 팀을 맡으면 일단 지옥 훈련에 돌입한다. 그 결과는 여지없이 초반 성적에 반영된다. 이때쯤이면 언론도 거든다. ‘야신(야구의 신)이 돌아왔다’. 한계는 그 다음부터다. 성적이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우승에 목마른 구단이 고민에 들어간다. 이 대목에서 김성근 특유의 처신이 등장한다. ‘십자가 코스프레’다. 탄압받고 소신 있는 야구인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번은 어떤가. 시즌 초반 한화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김 감독 아들의 전횡 문제까지 불거졌다. 일부에서 김 감독 사퇴론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감독이 입원했다. 허리 수술을 받았다. 조만간 복귀한다고 한다. 어쩌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에 나선 드라마틱한 모습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지옥훈련→초반 실적→이듬해 추락→십자가 코스프레’로 이어지는 김성근식 데자뷔다. ▶십장(什長)이라는 말도 있다. ‘일꾼들을 감독ㆍ지시하는 우두머리’를 뜻한다. 공사현장에서 노가다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다. ‘닥치는 대로 시키는 자’와 ‘닥치는 대로 하는 자’의 관계다. 한화 야구로 풀어보면 ‘혹사시키는 감독’과 ‘혹사당하는 선수’의 관계다. 아닌가? 수치와 기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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