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역사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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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수원을 오갈 때, 안양을 거쳐 비포장도로를 버스가 달리던 때가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수원 초입에 들어설 때면 구불구불한 길 양쪽으로 아주 오래된 소나무들이 서있었다. 이 소나무들은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성할 때 심어졌던 것으로, 약 200년 이상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1번 국도가 건설되면서, 구불구불한 길은 일자로 곧게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소나무들은 베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지대고개에서 수원 북문 부근에 이르는 구도로에는 아직 남아있는 몇 그루의 소나무들을 볼 수 있다. 그 길은 노송로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남아있는 짧고 끊어진 노송로에서도, 과거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소나무길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200여 년 전 정조는 그 길을 따라 신하들과 함께 행차를 하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에 더불어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그 소나무들이 지금도 살아있고, 그 사잇길을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현대인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교육터가 되었을 것이고,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나 바빴던 개발의 시대에 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을 너무 쉽게 버렸던 것은 아닌지. 우리는 낡은 것을 너무 쉽게 버리고 새 것만을 좇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도심은 사라지고, 새로 건축된 빌딩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것이 오히려 더 가치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중고품보다 신제품이 비싸지만, 오래된 골동품은 신제품의 수십배에 달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낡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날의 소중한 자산을 넘겨주는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는 수원법원의 역사를 찾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수원법원이 12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자료들을 모으고 있고, 법원 역사박물관을 조성하여 귀중한 자료들을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 찾기 운동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아울러 우리 사회가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계기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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