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제3조는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한글’로 정하고 있다.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교과서에 한자 혼용을 금지하고 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에도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자는 외국 문자와 다를 바 없어 국어를 표기하는 ‘국자(國字)’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한글만을 우리 고유문자로 규정한 국어기본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05년 제정 이후 11년 만이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등 단체와 개인들은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현행법은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와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2012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교과서의 한자 혼용을 금지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등 하위법령들까지 헌재 심판대에 오르게 돼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들은 ‘한자도 우리의 國字’라고 주장한다. 추진회 측은 “국가의 모든 공적 문서 작성에서 한글 전용 표기원칙이 강요되고 있다”며 “한국어의 공용문자인 한자로 자신의 모국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자는 국어 어휘의 핵심 요소로 한글과 한자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면서 “현재 초등생들은 한자어 낱말과 한자를 배우지 못해 그 뜻을 짐작해 읽고 그 글자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국어교육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어정책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은 바람직한 국어 문화 확산과 국어 정보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담은 것으로 국가가 우리글인 한글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렇다고 한자를 배척하거나 한자를 사용 못하도록 제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썼다고 해서 한자를 우리 글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한문혼용은 일제 치하에서 잠시 나타난 표기방식이고 한글 전용은 1990년대 국민이 주도한 문자혁명의 결과로,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법적·제도적 압력을 가한 일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2일 열린 공개변론에선 이러한 내용의 주장이 오고 갔다. 의견이 분분한 ‘우리글’ 논란에 헌재가 어느 측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국어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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