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태안3지구 표류 끝… LH·관련 단체, 택지개발 전격 합의

한옥마을 짓고 옛길 고스란히… 역사·문화의 땅 ‘개발 기지개’
문화재 훼손 우려 학계·불교계 반발 ‘10년 답보’… LH, 끈질긴 설득 ‘사업 정상화’
송산·안녕리 118만㎡ 신도시 인프라 풍부… 과거·현재 어우러진 관광특화지역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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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용주사 스님들과 방성민 LH경기지역본부장(왼쪽 다섯번째)이 화성 태안3지구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LH는 태안3지구 사업지 주변의 문화재와 인문ㆍ자연환경을 고려해 역사와 문화가 조화되는 특화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LH 경기지역본부 제공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였던 화성 태안3지구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LH와 용주사 등 관련 기관ㆍ단체들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세부 시행방안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태안3지구가 ‘대표적인 사업중단’ 택지개발지구의 오명을 벗고, 역사ㆍ문화ㆍ관광의 테마를 지닌 삶의 터전으로 개발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태안3지구’

화성 태안3지구는 화성시 태안읍 송산ㆍ안녕리 일대 118만㎡를 개발해 아파트 등 3천794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 1998년 5월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됐다. LH는 지난 2004년 3천500여억원을 들여 용지보상을 마치고, 실시계획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2006년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했다.

 

LH는 진ㆍ출입로 정비, 지장물 철거 및 폐기물 처리, 입목 벌초 등 일부 공사종류를 대상으로 향후 본공사에 대비한 기초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정조대왕 초장지(정조의 시신이 처음 묻혔던 곳)의 재실터와 건물지가 발견됐고 인근에 사적 206호 융ㆍ건릉, 국보 제120호 범종이 있는 용주사, 정조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한 만년제(도지정문화제 제161호) 등이 있어 학계 및 불교계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LH는 이를 해결하고자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체 면적의 47%(56만1천㎡)를 ‘효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건물 층수도 낮추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종교계는 주택용지를 한옥마을로 조성하거나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끝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했다.

■전격 합의…개발 키워드는 역사ㆍ문화ㆍ관광

태안3지구는 그동안의 사업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또 LH 재정난의 큰몫을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긴 택지개발지구다. 이에 LH는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와 해당지역 국회의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만남을 시도해왔고, 지속적인 협의와 설득을 통해 마침내 사업 정상화를 위한 세부 시행방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를 이끈 주된 키워드는 바로 역사와 문화, 관광이다. LH는 융ㆍ건릉 및 용주사를 잇는 옛길 보존과 한옥마을 조성 등을 통해 이 지구를 역사ㆍ문화ㆍ관광지역으로 함께 개발한다는 방침으로 불교계를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LH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 추진이 중단된 가장 큰 원인이 문화재 보존 등과 관련된 만큼 태안3지구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삶의 터전으로 개발하겠다”면서 “특히 태안3지구는 인근 동탄과 봉담 등 신도시가 이미 조성돼 교육과 교통 등의 인프라를 갖춘만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주사 관계자는 “융ㆍ건릉, 만연제 등 문화재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태안3지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지만, 그로 인해 10년 넘게 원주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는 전제하에 개발에 협조하기로 LH 측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규태ㆍ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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