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원청개구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 있는 일반 청개구리와, 수원ㆍ안성, 충남 천안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다. 두 청개구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수원청개구리가 몸집이 조금 더 작고 머리가 뾰족하다. 청개구리와 달리 턱 아래에 노란빛이 도는데 울음소리도 다르다.

 

짧은 간격으로 저음을 내는 청개구리와 달리 수원청개구리는 긴 간격으로 고음을 낸다. 청개구리 노래는 ‘뺍뺍뺍’으로 들리고, 수원청개구리 노래는 ‘챙챙챙’ ‘깽깽깽’으로 들린다. 노래를 할때도 청개구리는 논둑에서 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모나 풀을 부여잡고 논 한가운데서 한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가 없는 낮 시간에 노래를 하고, 짝짓기를 하려고 한다. 해가 지고 청개구리가 논에 몰려오면 수원청개구리는 논의 안쪽으로 이동한다. 논 안에는 흙과 같은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모를 부여잡고 노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두 종은 원래 서식지가 달랐다고 한다. 청개구리는 주로 숲에 살면서 번식할 때만 근처 습지에 내려왔다. 이에 비해 수원청개구리는 늪과 유사한 서식지에서 1년 내내 지냈다. 두 종이 서로 마주치게 된 건 이 땅에서 논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연습지가 대부분 논으로 바뀌면서 두 종은 논에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청개구리는 한국 고유의 종으로 일본학자 구라모토가 발견, 1980년 ‘수원청개구리’로 이름 붙여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유학명에 수원이란 지명(Hyla Suweonensis)이 들어가는 종이다. 수원청개구리는 노래하는 수컷의 수를 모두 셀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지 않다. 급격한 도시화로 개체 수가 급감하자 환경부가 2012년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했다.

 

최근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를 인공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실험실에서 번식시킨 개구리를 인공으로 조성한 습지에 풀어뒀는데 동면을 마친 수원청개구리들이 무사히 살아남은 것이 확인됐다. 서식지 복원 성공으로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가 늘어나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

 

수원시의 캐릭터 ‘수원이’는 수원청개구리를 상징화한 것이다. 장안구 율전동엔 수원청개구리 공원도 있다. 수원청개구리 보존과 서식지 복원엔 환경운동가 출신 염태영 시장의 관심과 노력이 컸다. 이젠 수원시민들이 수원청개구리가 편안히 번식하도록 서식지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