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과학기술의 진보, 삶의 가치를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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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해!, 말 한필에 내 왕국도 내주리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에 나오는 문장이다. 

영국의 장미전쟁(1455~1485년)을 배경으로 랭커스터왕가와 요크왕가 사이의 왕권 쟁탈전에서 리처드3세가 보즈워스전투에서 랭커스터가문의 리치먼드백작 헨리튜더와 격전 중 말에서 떨어졌을 때 다급히 소리친다. 죽음 앞에 서면 목숨을 살려 줄 말 한필이 자신이 통치하던 왕국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예전에 전기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깜깜한 밤에 전기가 끊어질 때면 집집마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갖고 있던 양초가 어둠을 밝히는 도구로 쓰였다. 이후 전기사정이 좋아지자 양초는 모양과 색깔을 달리해 ‘향기와 휴식, 안락함과 로맨스, 아름다움을 주는 도구’로 변신하였다.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사물로부터 사람이 느끼는 가치는 전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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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무인택배를 가능하게 하는 드론기술, 운전자 없이 모든 교통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동함으로써 교통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자율주행자동차까지, 그동안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냉장고, 텔레비전과 같은 주변기기들이 상호 연결되어 데이터를 축적하고 필요에 따라 해석하고 스스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우리 삶의 가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친구와의 우정, 또는 동료와의 연대감보다 나와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되는 세상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군중 속의 고독’을 실감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했던 ‘사람들’을 제거하는 미래기술들(무인택배, 무인자동차 등)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것이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연희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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