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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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그동안 잘지내고 계셨나요? 서로 안부를 전한지도 너무 오래되었네요. 후배인 제가 챙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그분 못지않게 선배가 생각나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올해도 봉하마을에 다녀오셨겠죠? 그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오열하는 선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와 그분과의 첫 인연은 1990년대 초 그분이 1.5 또는 2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분을 비롯한 몇몇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 간의 정기적인 친목모임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담배를 권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가 저도 그립습니다. 그분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여러 정책을 두고 선배와 주먹다짐만 안했을 뿐이지 여러번 언성을 높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 누구보다도 그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나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정이나 도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어떠한 정책도 당연히 해야한다고 쉽게 이룰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하며 그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집니다. 그래도 여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은 남습니다.

 

K형!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분이 잠든 봉하에는 수많은 국민이 찾아갔습니다.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며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모두들 가슴 아파합니다. 선배는 물론 여야의 지도부들을 비롯한 수많은 위정자들은 노무현 정신을 소리높여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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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지역주의 타파 등등 그분이 이루려고 했던 그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분이 강조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에 저는 주목합니다. 

그분의 정신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재단하려하지 말고 시민의 힘과 에너지를 어떻게 발현할 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 땅의 민주주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요?

 

K형!

저의 푸념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함께 봉하에 내려가서 뜨겁게 사람사는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그전에라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함께 도모하고 구상하면 어떨까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곧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선배 앞에서 부끄러운 후배 올림

 

송원찬 경기복지재단 지역복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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