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숙 생명사랑심리상담소 소장
드라마 같은 삶 ‘말없는 약속 20년’ 펴내
IQ 48이던 지적장애 조카 93까지 높아져
“많은 분께 용기와 희망 나누고 싶어”
1997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6개월 뒤 불의의 교통사고로 7년간 사경을 헤매던 오빠가 눈을 감았다. 새언니는 이미 오래전 친정으로 떠났다. 남은 건, 16살 지적장애 3급의 조카와 양쪽 모두 인공관절 무릎 수술을 하신 71세 어머니였다.
김옥숙 생명사랑심리상담소 소장의 이야기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세를 갓 넘겼다. 여기서 고비는 끝나지 않았다. 2005년 ‘위암 3기 말’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와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고, IQ 48이었던 지적장애 3급의 조카는 그의 노력으로 IQ가 93까지 높아졌다. 현재는 27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한 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온 김 소장이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책 <말없는 약속 20년>(싸이북스 刊)을 펴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창한 회고록이나 일대기는 아니다. 많은 굴곡과 시련 속의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와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을 담은 힐링서에 가깝다. 또 지적장애 3급의 조카를 20년간 키워온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 교육철학이 담긴 지침서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누구나 사연은 있는데 굳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주위에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침묵하며 지냈지만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많은 분께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 싶었다”고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소장은 “많은 분들 또한 힘든 생활을 견뎌내고 계실 것이다. 저는 원칙이 분명했다. 그 원칙이란 ‘세상에서 그 무엇도 사람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거였다”며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수시로 산을 오르면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2007년 충남 아산에 생명사랑심리상담소(http://hb06071.wix.com/nvc-hb)를 개소했다. 어린 조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경기대학교 대학원 청소년학과에 진학하고, 2012년 ’청소년의 희망적 사고의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로 청소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배경이 됐다.
김 소장은 “조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돕고 싶었다”며 “한 사람을 돕더라도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돕고 싶어 상담소를 개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무겁진 않다. 누구나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린 조카가 청년으로 자라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담았다. 특히 조카가 초ㆍ중ㆍ고 정규교육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생활을 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김 소장은 “모두들 조카가 좋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조카의 변화되는 모습을 몸소 체험했다”며 과거 20년이 조카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똑같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값 1만4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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