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주거 등급이 있다고 한다. 대형건설사가 지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휴거’(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고 부르면서 ‘집따’(집으로 왕따를 하는 것)를 놓는다고 한다. 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발상이 만든 사회적 현상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사는 곳이 사람들의 등급으로 대변되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임대주택이 바뀌고 있다.
▶임대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등공신은 바로 ‘행복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이라고 불리는 ‘뉴스테이’다. 특히 뉴스테이는 민간이 정부로부터 토지를 매입해 짓는 아파트로,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일반 분양 아파트의 기능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뉴스테이는 최대 8년 동안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연 최고 5% 이내로 제한되는 등 전월세난에 지친 중산층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행복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도 바뀌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최근 SK텔레콤과 공동주택의 지능형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 기관의 협약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LH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에도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가 도입된다. 임대주택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시장이 올해들어 차츰 시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향후 3년 안에는 절대 집을 사지 말라고 충고(?)까지 했다. 집을 사면 바보라고 막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중대형 시장에서 빠져 나가고,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자연스레 아파트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30대 사이에서 스스로 집을 살 수 있는 인구가 몇이나 될까. 집을 산 이들의 실소유주는 은행일텐데 말이다. 우리는 집을 산 이들을 ‘집바(집을 산 바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시대는 변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이 변하듯 말이다. 더 나은 임대주택이 확대돼 앞으로는 사는 곳으로 사람됨을 평가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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