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뻐꾸기시계’의 본고장. 동화 속의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검은 숲. 세계최고수준의 생태도시 그리고 300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대성당. 인터넷에서 프라이부르크를 검색하다가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고는 20년 전 이곳에 들렸던 기억이 뒤늦게 되살아났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 가운데 하나다. 아마 미술체험여행을 간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경우는 없을 터이다. 그림 속 풍경을 보기위한, 자매도시를 방문하는 자발적인 시민여행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감상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미술을 통한 ‘소통’은 미술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뿐만 아니라 그림은 사진이 담아낼 수 없는 상상의 여백을 줄 수 있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블랙포레스트>전시에 출품된 그림들은 이를 잘 말해준다. 200년 전의 유리공장 그림은 당대의 풍속을 보여주며, 프라이부르크의 울창했던 ‘검은 숲’이 왜 파괴되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알프스산맥을 멀리 바라다보는 산 정상의 풍경 그림은 19세기 초 독일 낭만파 화가인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를 연상케 해준다.
100년도 훌쩍 뛰어넘는 옛 프라이부르크의 일상과 자연 풍경이지만 관람객들은 그림을 통해 프라이부르크 사람들과 공감하게 된 것이다. 가슴에 깊이 남은, 숲속 작은 양봉장에 맨발의 꼬마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그림으로 이웃을 이해하게 된 결과인 셈이다. 꼬마의 표정과 생각은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무언가를 설명하고 깨우치게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감성적으로 사람들 간에 오고가는 마음을 느끼게도 만든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예술다운 소통의 방법을 보여준다. 이웃의 진정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 이렇게 말없이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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