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두 지역 거주에 정책적인 관심을

한때는 5도 2촌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5촌 2도란 용어도 쓰인다. 5도 2촌이 농촌에 별장 형태의 집을 가지고 전원생활을 즐기는 여유 있는 도시민의 삶의 형태라면, 5촌 2도란 가족은 도시에 두고 가장만이 귀농 귀촌해서 주말에 가족과 합류하는 예비 귀농 귀촌의 한 형태이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의 이동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은 갈수록 심해지고 주말이면 비싼 KTX 열차 표도 구하기 쉽지 않다.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정주 사회에서 유목 사회(노마드)로의 이행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두 지역을 오가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른바 두 지역 거주 현상이 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두 지역 거주는 당사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세계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도권 집중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농촌 활성화라는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농촌의 과소화와 고령화는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농촌의 인구는 10%이상 감소하고 고령화율은 40%가 넘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사람이 보다 쉽게 주기적으로 농촌에 왕래하는 것은 농촌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완전한 이주자 보다 두 지역 거주자가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농촌사회를 변화 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농촌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는 전통적이고 지연 혈연에 얽매어 있는 농촌 공동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동의 발전을 위한 연대와 교류의 분위기가 더욱 확산됨으로써 농촌사회는 보다 열린 사회로 바뀌어 갈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삶에 대한 가치 변화로 도시민의 농촌지향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두 지역 거주는 거스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두 지역 거주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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