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119 황당신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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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배달업체에 많은 음식을 주문하고 엉뚱한 주소를 알려준다든지, 지하철역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든지, 가족 누군가가 납치됐다든지 하는 전화들이 빈번하다. 초등생이 집에 불이 났다고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한테 총 맞았다’고 전화하고는, 다급해하는 119대원에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장난전화는 여전하다.

 

며칠 전 인천소방본부가 ‘119 황당신고 베스트10’을 발표했다. 올바른 119신고문화 정착을 위해 작년 4월 1일부터 올 4월 30일까지 전화로 접수한 54만2천477건 가운데 투표를 거쳐 베스트10을 선정했다. 1위는 “남자친구에게 전화 한 통 부탁드려요. 번호 알려줄게요. 한 번 만요.”다. “등을 많이 다쳤다. 병원비하게 10만원만 보내 달라”, “영화배우 안성기씨 있죠. 바꿔줘요. 얼른”, “산 속에서 휴대전화 분실했어요, 산에 와서 찾아주세요”, “대리운전기사가 안 와요.

 

도와주세요” 등이 2~5위에 올랐다. “85세 노인이다. 아이들이 바람피운다고 난리다. 도와 달라”, “오늘 밖에 나가려는데 큰 개가 문 앞에 있는지 없는지 봐 달라”, “집에 가려는데 비가 많이 와 택시가 안 잡힌다. 데려다 달라”, “집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완전 크다. 여자 혼자 사는데 도와 달라”, “오전에 농협 텔레뱅킹 신청했는데 안 된다. 도와 달라” 등도 베스트 10에 포함됐다.

 

정말 황당한 내용들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런 황당하고 무분별한 신고 때문에 119에선 긴급 환자에 소방력을 집중하지 못할게 뻔하다. 119에 전화한 사람은 장난을 즐길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곳에선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죽어갈 수도 있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전화를 할 수 있을까?

 

인천소방본부에 접수된 119전화 54만2천477건 중 긴급출동 신고는 19만3천798건(35.7%)에 불과했다. 33만669건(61.0%)은 상담ㆍ민원성 전화였다. 내용이 없는 반복 전화나 욕설·폭언을 일삼는 악성 전화도 많았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장난전화는 엄벌해야 한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화재와 구조ㆍ구급에 비상 출동대기를 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놀려먹어선 안된다. 119장난전화는 출동대원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떤 사람은 골든타임(현장도착 5분이내)을 놓칠 수 있어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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