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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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씨춘추에 보면 엄이도종(掩耳盜鐘) 이라는 고사가 하나 있다. 도둑이 남의 집 전각의 종을 깨서 훔치려 하는데 소리가 나자 자기 귀를 막고 종을 깨려 하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는 일화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나라 속담으로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는 말도 있다. 

문제의 본질은 도외시 한 채 어물쩍 넘기려는 얄팍한 속임수나 행동을 빗대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라는 의미로 내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게 다 괜찮다는 식의 어리석은 행동을 꼬집은 것이다.

 

얼마 전, 미세먼지의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자 미세먼지의 주범을 잡겠다며, 경유차 사용 억제를 위해 경유값을 리터당 150원 인상하겠다고 환경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두고 세간의 논쟁이 정점을 찍었었다.

2009년 지식경제부 산하 지식경제부 공인연비시험기관, 환경부의 배출가스저감사업 인증시험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 경유가 다른 연료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고 했었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도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유가 갑자기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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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5년 9월 이전까지의 경유차를 저공해차로 분류하고 있었고, 경유를 사용하고 있는 화물차와 버스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경유차의 소비를 부추겨 왔다. 이런 이유로 사실 경유차는 대부분 가격대비 연료의 효율성 때문에 주로 서민이 구입하여 사용하거나 화물차, 용달차, 버스 등 생계형 영세 상인이나 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경유값 인상은 서민증세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나마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유값 인상은 다시 철회한다 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무릇, 어떠한 정책은 국민이 기꺼이 수용하고 감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100%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국민의 수용도는 정책의 일관성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치우침이 없이 과거와 현재의 정책기조가 같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과 시간에 따라서 갈팡질팡하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얄팍한 꼼수나 부리면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는 법이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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