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포수 이재원(28)은 득점권에서 강했다. 평소 잠잠하던 방망이도 주자만 나가면 시원스럽게 돌아갔다. 지난 시즌에도 이재원은 140경기에서 득점권 타율 0.319을 기록하고, 100타점을 올렸다. 포수로서 한 시즌 100타점을 찍은 건 프로야구 역사를 통들어 조인성(한화)에 이어 두 번째다. 팬들도 이런 이재원에게 ‘미스터 클러치’란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올 시즌 이재원은 자신의 별명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개막 후 한달 동안 득점권 타율이 0.130에 머물렀고, 타점도 고작 5개에 불과했다. 5월 들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돼 득점권 타율이 0.077까지 추락했다. 6월 들어서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은 이재원은 결국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타순이 8번까지 밀려났다.
자극제가 된 걸까. 이재원은 이날 삼성전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는 멀티 홈런(1회 2점, 7회 3점)을 터뜨리면서 무려 5타점을 쓸어담았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기록이었다. 이재원은 17일 안방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2타점을 올렸다. 이튿날 경기에서도 1타점을 추가하면서 그는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알렸다.
득점권 타격 본능이 살아나면서 타율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15일 삼성전 이후 이재원은 20타수에서 9안타를 때려 타율 0.450을 기록했다. OPS(장타율+출루율)도 1.350에 달했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지 않아도 타구에서 부진 탈출이 보인다. 특유의 스프레이 타격이 다시 가동되면서 밀어치는 타구가 많아졌다. 이재원은 타격감이 좋을 때 당겨치는 것보다 밀어치는 걸 선호한다. 경기 전 배팅케이지에서는 모든 공을 밀어칠 정도다.
이재원이 살아나면서 SK도 반등에 성공했다. SK는 지난 주 6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이재원이 타점을 터뜨린 날이면 어김 없이 승수를 추가했다. 한 때 7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도 4위로 올라섰다. 이재원은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과가 나빴고, 그 사이 팀도 연패에 빠져 속상했다”며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만큼 앞으로 많은 경기에 나가 결과로 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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