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페이스북에 배낭 메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덴마크 국회의원의 동영상이 한참 떠돌았다. KBS에 보도된 내용을 공유한 영상이다. 한 초선 의원이 20분을 달려 도착한 국회의사당 주차장은 의원과 국회 직원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고급 대형차도 거의 없었다. 보도는 덴마크 국회의원 179명이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면서도 좁은 비서실에 의원 2명당 비서가 1명이 배치된다고 소개했다. 사무실 가구도 자비로 구입하며 의정활동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회의에 참석을 못할 경우 휴가 기간과 대신 일할 의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검소하고 부패가 없는 덴마크 정치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로 공감했다.
덴마크와 한국의 국회의원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우리 국민들이 부러워할만한 내용인 건 사실이다. 200여 가지에 이른다는 과도한 특권과, 9명의 보좌진을 두고 연봉 1억4천만원을 포함해 한해 7억원을 쓰면서 제대로 일하기는커녕 정쟁만 일삼는 우리 국회의원과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다.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홍신 작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참 할만하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누리는 특권은 많고 책임은 안져도 된다는 표현이다. 얼마전엔 라디오에 출연해 “당선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천하를 흔든다고 생각을 하는데, 너무 좋은 직업이니까 다음에 한번 더 하려고 공천권자, 대통령, 당 대표한테 무릎을 착착 꿇게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후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지목하며,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압박으로부터 의정활동의 자유를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불체포특권은 뇌물을 받거나 비리에 연루된 의원을 보호하는 특권으로 변질됐다. 면책특권도 폭언과 비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의 소모적 정쟁 수단이 됐다.
국회나 정당은 국회 개혁을 거론할 때마다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 등 의원 특권 폐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말장난으로 그쳤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인 백재현 의원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상징적 의미로 ‘의원 금배지’를 떼자는 제안을 했다. 이번엔 금배지 떼고 특권도 내려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원들 스스로 특권 의식부터 내려놓는 게 중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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