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세대 갈등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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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것만큼 영국내 세대 갈등도 심각하다.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탈퇴를 지지한 반면, 30대 이하 젊은층은 잔류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브렉시트 투표에서 EU 탈퇴파가 52% 대 48%로 승리한 것은 세대간 대결에서 고령층의 승리를 의미한다. ‘EU 내 영국’에서 자란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와 반(反)EU 정서가 강한 중년ㆍ고령층의 수적 우위에 묻힌 것이다.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사당 앞에선 투표권이 없는 10대들이 모여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브렉시트 항의 시위를 벌였다. SNS에선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왜 80세 이상이 투표하는지 모르겠다” “부모세대가 미래를 망쳤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빼앗겼다”는 등의 분노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젊은층의 반발은 EU 틀 안에서 누려온 각종 자유와 혜택을 한꺼번에 잃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세대간 갈등이 앞으로 영국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나라나 세대간 갈등은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 혐오’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하다. 인터넷에는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벌레같은 노인이라는 뜻의 ‘노인충(蟲)’, 세금만 갉아먹는다는 뜻의 ‘세금충’ 등 내용과 표현 모두 충격적이다. 나이 먹은 것을 마치 벼슬처럼 여긴다는 의미의 ‘노슬아치’란 신조어도 있다. 

‘경로 무임승차를 없애라’부터 ‘노인에겐 선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까지 노인에 대한 반감과 비하를 근간에 깔고 있는 글들도 많다. 취업난, 선거 결과 등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을 모두 노인과 결부시켜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노인은 엄연한 약자다.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 빈곤율은 45.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5년 뒤면 노인인구 800만명에 육박하는 고령화 사회가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온 이들이 어느덧 노인이 됐다. 그들의 자긍심은 사회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 맥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부정적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세대간 깊어진 골을 메우지 않으면 갈등은 커지고 우리 사회는 더욱 병들게 된다. 노인 혐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고 세대간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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