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음모론과 기자정신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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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소녀시대는 걸그룹의 최고봉이다. 그 중에도 유리의 인기는 최고다. 해외파 야구 선수들도 늘 뉴스의 중심에 있다. ‘끝판왕’ 오승환의 인기는 그중에 최고다. 이 두 스타의 열애설이 터졌다. 신문 방송이 온통 관련 기사로 덮였다. 거기서 밀려난 기사가 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논란이다. 그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서 나왔다. 일본으로 출국하자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던 중이었다. ▶2013년 11월.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연루된 도박 사건이 터졌다. 이수근, 탁재훈, 토니 안, 앤디, 붐 등의 이름이 공개됐다.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인기인들이었다. 혐의 내용, 소환 모습, 사법처리 여부 등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그 사이에도 사그라진 보도가 있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 접대 의혹 무혐의 기사다.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이뤄진 추문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무혐의 처리를 내린 게 하필 그 즈음이었다. ▶이럴 때 음모론이 등장한다. 정부 또는 특정 세력이 타격받을 기사를 ‘덮기 위해’ 연예인 스캔들을 고의로 터뜨린다는 설이다. 그도 그럴 게 연예계 스캔들은 어떤 기사보다도 파괴력이 크다. 특히 SNS를 통한 2차 전파에서는 그 위력이 절대적이다. ‘오승환-유리 열애설’이 김기춘 실장 구설수보다 컸고, ‘불법 도박 연예인 적발’이 김학의 전 차관 무혐의보다 컸다. 언제부턴가 연예인 스캔들만 터지면 이런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요즘 또 그렇다. 한류스타 박유천씨의 성폭행 스캔들이 터졌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이주노씨의 성 스캔들도 보도됐다. 영화감독 홍상수와 영화배우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도 불거졌다. 10여 일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대형 뉴스다. 이번에도 ‘덮인 기사’들이 거론된다. 방위사업청 감사 결과, 옥시 전(前) 대표 구속영장 기각, 홍만표 변호사 구속 등이다. 물론 이번 음모설에도 근거는 없다. ▶어쩌면 답은 기자(記者)에게 있을 수 있다. 기자는 특종에 굶주려 있다. 정보를 얻으면 언제든 보도한다. 이런 기자 정신과 정보 전달자의 거래가 음모의 실체일 수 있다. 전달자 신분, 전달된 시기, 전달의 이유가 공개되면 음모설이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드러난 적 없다. 언론이 갖고 있는 정보원 보호 기능 때문이다. ‘감옥에 가더라도 제보자는 숨겨야 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 사이 음모론은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기자정신이 사회질서와 충돌하는 대표적인 역(逆)기능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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