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교육감 취임 2주년 인터뷰] “416 교육체제, 내년부터 구체적 변화 나타날 것”

이용성 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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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교육청 집무실에서 경기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입시·성적·성과위주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오승현기자
지난 2014년 7월1일 제3대 주민직선으로 경기도교육청에 입성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수원시 이목중학교에서 등굣길 학생들과 교육감으로서 첫 대면을 했다. 

당시 이 교육감은 청바지를 입고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파격’의 행보를 시작했다. 공무원들이 도열한 취임식도 없었다. 대신 학생과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학생중심을 표방하며 세월호 참사의 격랑 속에서 혁신교육과 안전한 학교를 위해 달렸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이제 2년이 남았다. 이 교육감은 “우레탄, 인조잔디, 미세먼지, 석면, 전자파 등 5가지 문제에 대해 국가가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학생 건강 문제에 대해 역설하면서 “경기교육을 하나의 통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가 나름대로 디자인하고 색칠해 재가공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특히 “내년부터 경기도 모든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사실상 폐지해 더이상 학생들을 ‘야자’라는 비교육적 틀 속에 가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나온 2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이 교육감과 함께한 일문일답.

-교육감으로서 경기교육호를 이끈지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소감은.

2년이 정말 바쁘게 지나갔다. 역시 세월호 진실규명이라는 무거운 과제 속에서 준비했던 여러 추모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예를 들어 장학재단, 약전 출간 등 여러가지 추모행사와 결과물들이 그것이다. 여전히 아픔과 슬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 문제라는 무거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 뜻을 제대로 다 받들어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사회적합의를 통해 교실문제 해결 위한 7개 기관과 같이 서명했던 것은 뜻깊은 일이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여러분들이 애를 써주고 남경필 경기지사와 윤화섭 전 도의회 의장이 다같이 힘을 모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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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육감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감들이 ‘새로운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선포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공과를 하나씩 짚어본다면.

누리과정 예산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누리예산은 첨예한 여야간 대립, 정치쟁점화, 총선 의제 등으로 엄청난 것이었음에도 아직도 해결은 되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는 과제다.

 

보람있었던 것은 학생중심이라는 문화가 학교내에서 일정부분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꼽겠다. 

9시 등교가 일부 고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착했다. 교육정책에서 급진적이고 일방적으로 사업이나 정책이 이뤄진 적이 없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행복해하니까 좋다. 9시 등교를 단순히 학교가는 시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학교문화가 변화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이제는 교장협의회 등을 다녀보면 교장선생님들이 “반대하고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해놓고 보니 참 좋다”는 얘기를 한다.

 

-초기에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지금도 각 교육주체들과의 만남을 자주 이어가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목소리는.

현장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꼽기가 힘들 정도다. 초기에 발달장애 학생의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학교의 배려를 요구하셨는데, 그 얘기의 결과로 특수교육과가 분리됐다. 지금도 발달장애인 교육시스템과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곧 좋은 안이 나오리라 본다.

 

또 특성화고에서 기술을 배우는 아이들이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적 사고를 길러줘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요구하는 학부모, 일반고를 다니는데 대학을 가기보다 다른 삶을 꿈꾸는데 방법이 없다는 학부모, 다른 진로 선택의 여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등이 들렸다. 이에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기 위해 시범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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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육감이 메르스 사태로 휴교됐던 학교의 등교가 다시 시작된 날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취임 이후 교육청 조직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이 안전지원국의 설치였다. 안전을 관장하는 국 단위 기구는 거의 유일한데, 학교와 학생은 안전해졌나.

당시 416 참사를 겪으면서 안전지원국을 처음 만들고 국장을 개방직으로 해서 전문가를 모시자고 했었다. 그런데 대부분 오는 분들이 소방전문가, 군 출신 안보전문가, 경찰 경험 가진 전문가, 보건분야 전문가 등으로, 학생과 학교의 안전을 다룰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이 없었다. 

개방형 국장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할 수 없이 3급 공무원으로 하여금 국장을 맡기고 과를 편성하고 운영했는데 학교 안전에 대한 개념과 운영방법 등의 개념을 잡기가 생소했다. 여전히 전문가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안전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한계와 시행착오가 있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이 학교와 학생안전을 어떻게 접근하고 조치해야 될지 조금씩 응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방 등 분야에서는 학교에서 했던 훈련들이 유용하게 작용한 실질적인 효과가 몇번 있었다. 모든 가능한 사례들을 다 만들어서 보여주고 훈련함으로써 위험상황에서 학생 스스로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르치고 우선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본보가 수차례 지적해 온 우레탄 트랙 문제 등 학생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레탄 문제 뿐만 아니라 인조잔디, 미세먼지, 석면, 전자파 등 5가지 문제에 대해 국가가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지역이 해결해 낼 수 없다. 당장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경기도내 학교들의 석면을 교체하는데 250년 걸린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 시각에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당장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지 못할 뿐만 아니라 20년, 30년 후에 어떤 질병이 발생할 지 모른다. 국가가 특별회계라도 만들어서 단기간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월호 참사와 교육감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며 만들어낸 (가칭)416교육체제를 발표한지도 벌써 2개월여가 지났는데 현장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416교육체제라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성격과 소프트웨어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학교가 주체적으로 실행해야 할 프로세스들이 금년 하반기에 실행 파일로 만들어지게 된다. 내년부터는 하나하나 구체적인 변화가 이뤄지리라 전망한다.

 

교육체제는 장기적이다. 우리가 꿈꾸는 변화는 법률적으로 개정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각 학교가 학교 나름대로 세세한 하나하나의 과제들을 만들어 실행할 수도 있고 교사들도 만들 수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연구를 통해 416교육체제의 이행을 견인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경기교육을 하나의 통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가 나름대로 디자인하고 색칠해 재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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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이 혁신학교 교사들과 혁신교육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남은 2년간 경기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임기 전반기 2년의 주제가 ‘학생과 현장’이었다면 남은 임기 2년의 주제는 ‘교사와 학교’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충분한 교원 확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여유로워야 교사, 학생의 창의력, 상상력도 충분히 발휘된다. 학급당 적정수의 학생을 배정하고 그에 맞는 교원을 확대하는 일이 남은 임기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근본적으로 교사들에게 적정한 표준 수업시수를 만들어 교사들이 학생 돌보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 주고 싶다.

-야자를 폐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입시위주, 성적위주, 성과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 ‘야자’를 대신해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이 진로탐구 및 인문학, 예술, IT 등 기초학문 등을 대학교에 찾아가 배울 수 있는‘예비대학 교육과정(가칭)’을 도입하겠다. 경기도와 서울 외곽 소재 대학의 참여로 방과 후인 오후 7∼9시 진행하도록 해 ‘야자’를 대체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권을 점차 확대해 고교에서는 자유수강제, 학교간 공동교육과정, 주문형 강좌를 늘려나가고, 중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를 2개 학기로 확대, ‘자유학년제’를 실시함으로써 진로탐색의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겠다.

 

-경기도와의 연정은 유효한가.

지난해 말에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전체 예산이 통과되지 못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당시에 연정이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로도 연정은 유효했다. 현재 도청과 우리 교육청간 교육협력 사업도 매년 증대되고 있고, 협력사업을 계속 협의하고 논의하는 회의 체계도 가동되고 있다.

 

특히 교육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도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정기열 신임 의장 및 부의장단과 협의하면서 지역정부의 특성이 되는 연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력하겠다.

 

-경기일보 독자들과 교육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교육은 너무 성급한 평가를 할 것이 아니고 미래의 학생들의 삶과 미래세계를 두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투자와 적극적인 지원,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아니라 익힐 것을 익히고 배울 것을 배워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계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뭘까를 가르쳐줘야 한다.

 

경기일보가 여러 면에서 이런 안목을 길러주는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고, 독자들도 교육의 더 넓은 관점으로 우리 아이들을 세계시민으로 기르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

 

대담=이용성사회부장 / 정리=이지현기자

사진=오승현 기자·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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