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양성평등주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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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해병대가 처음으로 ‘남성 전유’보직 명칭을 대거 바꾸기로 했다. 지난 28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해병대사령부는 보병, 포병, 수색병 등 19개 보직의 명칭에서 남성을 의미하는 ‘man’이라는 용어를 없애거나 해병대원을 뜻하는 ‘marine’으로 바꿔 조만간 시행키로 했다. 이는 ‘금녀의 성’이나 마찬가지였던 보직을 여군들에게도 개방해 차별을 없애고 양성평등을 추구하라는 레이 마버스 해군장관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반면 얼마 전 일본의 아베 내각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는 여성이 키워야 한다’거나 ‘여성 월급은 남성보다 적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일과 육아는 남녀가 같이, 남녀 임금 격차 줄이기가 세계적 추세인데 이에 역행하며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젖어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일본은 성별 임금 격차가 26.6%로, 두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나 아직 멀었다. 남성의 권리나 지위를 여성보다 우위에 두고 여성을 업신여기던 ‘남존여비’의 뜻이, ‘남자의 존재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다’로 바뀌었다며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말장난일 뿐이다.

 

여성가족부가 우리나라 20~30대 성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다. 가정내 남녀의 일반적 역할을 묻는 질문에 ‘여성- 집안일’, ‘남성- TV시청’으로 답했다. 가정에서의 여성은 ‘요리를 한다, 자녀를 교육하거나 돌본다, 설거지를 한다’의 순인 반면, 남성은 ‘TV를 본다, 소파 위에 눕거나 앉아있다,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한다’의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 및 직장 문화는 여성 4명 중 3명(75.5%), 남성 절반(48.6%)이 불평등하다고 인식했다. 직장내 주요 불평등 요소로 여성은 ‘출산ㆍ결혼을 이유로 퇴직을 권유(강요)하는 것’을, 남성은 ‘야근은 당연히 남자 몫’을 1순위로 꼽았다. 양성평등한 결혼식 문화를 위해 ‘집은 남자가, 혼수·예단은 여자가 마련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매년 7월1일~7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범국민적으로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기념식과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내 주변의 양성평등은 얼마큼 이뤄지고 있나,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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