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층간소음 갈등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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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이 또 살인극으로 번졌다. 지난 2일 오후 하남의 23층짜리 아파트에서 아랫집에 사는 30대 남성이 위층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아래층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에 화가 나 범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직업이 없어 주로 집에 있던 남성은 폐암을 앓는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층간소음을 참지 못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층간소음 분쟁이 폭력이나 살인으로 비화되는 이웃 간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부천의 한 연립주택 앞에서 위층 사는 40대 남성이 아래층 20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이웃은 층간소음 문제로 종종 다퉜고, 사건 전날에도 아래층 사람이 위층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해 주의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선 5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집안에 설치된 가스 밸브를 열었다가 폭발사고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 7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살인이나 폭력 등 강력범죄로 비화되기도 하는 층간소음 갈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4년간 소음 관련 민원 및 처분 현황’ 국감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2년 7천21건에서 2013년 1만5천455건으로 급증했고, 2014년엔 1만6천370건으로 증가했다.

 

층간소음으로 빚어진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탓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부분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조심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이 많다.

 

한쪽에선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각종 보복법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복 스피커’다. 보복 스피커는 실내 벽에 달아 놓을 수 있도록 고안된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를 응용해 만든 것으로 천장에 붙여놓고 위층을 향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댄다. 위층 전화번호를 넣은 야식 전단을 배포해 주문전화에 시달리게 하는 방법도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떠돌고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 대응은 감정만 더 악화시킨다. 소음 방지 매트를 깐다든지, 슬리퍼를 신는다든지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건축자재에 대한 기준을 높인다든지, 층간 간격을 더 두껍게 하는 규정 등 건축법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웃간 배려에만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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