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기자는 수년전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97’의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 당시 동 시대를 살던 고등학생들은 ‘대학 진학’이라는 특명을 받고, 아침 6시에 등교해 자정까지 ‘학교’라는 또 하나의 집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잡기 위해 매일매일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콩나물 교실 속에서 진행된 빡빡한 수업의 연속. 그중에서도 우리들을 가장 공포에 떨게 했던 시간은 바로 야자(야간자율학습)였다. 물론 지금과는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달랐던 시절이라는 전제가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야자시간은 늘어갔고, 선생님들의 공포 분위기 조성도 그만큼 더해갔다. 진짜 공부에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하는 학생이 있었고, 자는 학생, 몰래 라디오를 듣는 학생, 야한(?) 잡지를 보는 학생 등 각양각색의 학생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야자 시간을 활용했다.
때론 책걸상을 화장실에 숨기고 야자 시간을 빼먹다 걸려 응징을 당한 친구들도 부지기수였다. 학교에서는 야자 시간이 늘면 그만큼 학생들의 학습량이 많아져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확실한 의식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야자는 강제적인 성격이 강한, 학교의 대표적인 학습 방식이었다.
▶그렇게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절이 바뀌었다. 물론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지금 학생들의 인생 목표는 판검사와 의사보다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거나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적인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로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강제성보다는 창의력을, 딱딱함보다는 유연함을 강조하는 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야자 폐지 추진 발언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입시제도의 변화없이 야자를 폐지하는 것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습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하는 반대급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교육감이 언급했듯이 공개토론도 좋다.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야자는 단순히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 교육정책은 100년을 내다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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